"어떤 게임 개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
- 12월 말~2월) 게임 개발자가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아카데미가 끝나고, 제일 먼저 했던 고민은 '게임 개발자... 이 길이 과연 맞나...?'였다.
사실 : 게임이 웹에 비해 파이 자체도 작고, 고용불안정도 심하고, 워라밸도 지키기 힘들다
유니티를 배우겠다 다짐할 당시에도, 게임 개발자 처우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취업을 앞둔 입장에서 게임 업계를 더 알아갈수록 착잡하기만 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다 끝난 상황에서 마음이 정리가 안 돼서, 12월에 전남친한테까지 전화를 했었는데 '게임 클라 가겠다할 때 분명 말리지 않았냐, 내가 진작 게임 포기하는 거 봤으면서 너가 선택했다. 게임으로 안 바꿨으면 공부 그렇게 열심히 안 했을 거잖아'라는 얘기를 들었다... ^ㅇ^
맞는 말을 듣고도, 한 달이 더 필요했다. 확실하게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굳히기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처음으로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원래 생각하던 길을 포기하던 때의 나는 진로에 대해서 무척 고민했었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고, '하고 싶은 것을 다시 찾으면 열심히 할 테니 제발 찾고싶다'였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고, 게임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게임 개발자가 되어 사람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현실적인 이유들로 포기하는 대신,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1월~3월) 구체적인 미래 계획
우선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설계해보게 된 것은, 아카데미에서 진행했던 연계채용 면접 질문 덕분이었다.
주로 VR/AR 회사들이어서 '면접 경험이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원해서, 면접을 봤었다.
그 중 어떤 회사 면접관분께서는 개발자로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싶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10년 뒤, 20년 뒤 계획은 어떻게 되냐'라고 물어보셔서 '잠시 생각해보겠다'했지만 떠오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면접을 끝내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여태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 만드는 곳에 취업해서, 경력 쌓고 공부하면서 몇 년후엔 언리얼 개발자가 되어야지'라는 계획만 있을 뿐,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지(라이브든 신규든), 무슨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와 같은 개발자로서의 계획이나 나의 인생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기만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는 몇 달간 나에게 엄청난 화두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워라밸을 고민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고 싶기 때문이었다.
내가 커리어를 부분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당연(아이를 낳으면 업무 강도가 약한 곳으로 이직하거나, 기획자가 되어야겠다 혹은 프리랜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 방법 밖에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 나보다 가정에 신경을 더 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개발자로서의 욕심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방법도 있다! 여교사라는 직업이 일등 신붓감인 이유는 그만큼 가정과 육아에 신경을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인데... 역으로 생각하면 '정말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여자에겐, 아이 교육에 나보다 더 많을 시간을 쏟을 남자 교사도 일등 신랑감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남자 교사가 아니라 같은 개발자를 만나더라도, 남자가 주3회 출근이나 주4회 출근 회사를 다녀준다면 아이 양육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고... '무조건 나만 희생하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평상시에 공부해둬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쯤엔 서버로 전향해서 게임 업계에 남는 방법도 있고,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최소 10년은 남은 일이고... 오히려 깊게 고민해보니까 어떻게든 헤쳐나갈 방법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에서는 양보를 해서 절충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게임 개발자로서 많은 것을 이뤄야 요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게임 개발에 진심이며, 능력있는 게임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기!
- 2월~3월) 어떤 게임 개발자가 될 것인가
앞서 말한 게임 개발에 진심이며, 능력있는 게임 개발자란 또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이다.
처음엔 '계속 공부하고, 스킬적으로 쌓아나가면 개발자로서 끝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 여론이 망해가고 있는 상황을 보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약간 좀 가슴아프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해온 게임에 대한 여론이 날이 가면 갈수록 망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밑바닥에도 바닥이란 게 있다니...!
2년 전에는 확률 조작 때문이었고, 최근에는 리퐁대전에 이어 어제부터의 떡밥은 설거지론이다.
설거지론이란 대충... 신규 인력 충원으로 뽑은 직원들이 '게임에 진심인 찐개발자가 아니라, 인싸 여자 직원들이라 대외적인 이벤트만 한다'라는 여론인데... 드는 생각이 많다.
여러 글들을 보며 갓겜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개발자가 갈리는 게 필수고 그게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이라 것을 깨달았다.
<오랜 고민 끝에 결론 내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 내가 추구해야 할) 게임 개발자의 모습>
- 내가 만드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것 (겜안분 x, 개발자이기 전에 게이머가 되기)
- 게임 유저보다 더 게임에 과몰입할 것
- 야근을 무서워하지 말 것...................................
이게 제일 받아들이기 싫은 사실이었는데, 인력을 갈아넣을수록 유저들을 더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직장인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칼퇴가 좋을테지만... 게임 개발자가 되기로 한 이상 유저들이 만족할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멘토님이랑 강사님이 항상 강조하셨던 것 : 신입 3년은 주말에도 공부 열심히해라. 3년으로 앞으로의 10년이 결정된다.
크런치모드 제외하고 2~3일에 한 번 운동할 수 있고, 주말 이틀 중 하루 쉴 수 있으면... 그거면 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ㅎ
개발자가 평생 공부해야되는 일인 거 알고 시작했고, 게임 클라는 더 쉽지 않은 거 알고도 선택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길, 게임에 대한 사명감,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 ㅎㅇㅌ...